무역전쟁 대비 재정 확대 불가피하지만

2019-09-02     윤형식기자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43조9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초슈퍼 예산안이다. 예산 증가율은 9.3%로, 2년 연속 9%대에 이른다.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상황에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곳곳이 문제투성이다. 초유의 경제난에 정부 씀씀이만 불리는 것이 타당한지부터 묻게 된다. 예산 증가율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2.4%의 4배가량이다. 이런 식으로 불리니 한해 예산이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6년이 걸린 데 반해 문재인정부에서는 3년 만에 100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경제난에 세수 절벽은 현실화하고 있다. 국세 수입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0.4% 증가했지만 올해는 0.42% 늘고, 내년에는 0.9% 줄어 1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다고 한다. 법인세는 18.7%나 줄어든다고 한다. 세금으로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돈을 살포하고 보자는 식이다.

그 결과 나라가 빚더미에 오를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정부는 내년에 60조2000억원어치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했다. 세금이 모자라니 빚을 낸다는 뜻이다. 빚 수레바퀴는 빠르게 구를 수밖에 없다.

어제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37조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72조1000억원, 2023년에는 90조2000억원으로 커진다고 한다. 그 결과 국가채무는 올해 말 740조원에서 내년 805조원, 2023년에는 1061조원으로 불어난다.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37.1%에서 4년 뒤에는 46.4%로 치솟는다. ‘빚더미 나라’로 변하게 생겼다. 이들 빚은 대부분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예산안 내역을 보면 ‘세금으로 틀어막는’ 기존 발상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보건·복지·노동을 아우르는 광의의 복지 예산은 20조원 이상 늘어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노인 일자리도 95만개 만들겠다고 했다. 기업·산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공공 아르바이트로 고용지표를 분식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러기에 내년 총선용 선심 예산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경제가 어려우면 경제를 살릴 방도를 찾아야지, 빚으로 민심을 사려 해선 안 된다. 그런 발상은 나라경제와 미래 세대를 빚의 수렁에 빠뜨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