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칼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편집국
  • 승인 2020.07.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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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를 풍미한 문장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2002년 국내 출간된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평전 제목이다.

제자 박홍규 영암대 교수가 붙였다. 아이들에게 권위에 의한 억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페레의 생전 교육철학이 담겼다.

페레는 세계 최초로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자유 학교를 세우고 교육의 국가화에 반대했지만 군사반란 배후 조정여파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했다. 그래서 세계 유일한 교육순교자라 불린다고 한다.

2004년에는 배우 김혜자씨가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주제로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가 나왔다. 페레로부터 무려 1세기가 넘게 지난 요즘, 꽃은 고사하고 달군 프라이팬에 쇠사슬, 여행가방까지 동원된 아동학대 사진들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한국에서 아동학대 사건은 집계된 것만 해도 2014127건에서 20182460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사망 아동은 5년간 130여명에 달한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근 80%가 부모였고 피해 아동 10명중 1명은 다시 학대를 당했다.

이를 막기 위해 법무부가 민법(915)자녀 징계권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법제화 하겠다고 한다. 징계권 조항이 자녀 체벌에 면죄부를 주는 근거가 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국가가 부모의 훈육 방식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지만, 잇달아 터져 나오는 경악스러운 사건들을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문제는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막는다고 아이들에 대한 학대나 방임이 사라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2013년 칠곡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 아동학대 처벌법이 제정됐지만 학대로 인한 치사 사건은 잦아들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를 그르친 피고인 상당수가 지적장애와 심신미약, 생활고를 겪는 사례가 많았고, 원치않은 임신으로 아기를 유기하는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처지였다.

부모 세대부터 생명을 낳고 키운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책임의식을 갖게 해주고, 부모와 자녀 모두 사회의 촘촘한 안전망이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적극적인 심리치료도 필요하다.

법무부가 62년간 유지된 민법의 징계권조항을 없애고, 체벌 금지를 명시하는 쪽으로 법 재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벌어진 아동 학대 사건들의 양태나 수위를 보면 개정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충난 천안에서 40대 계모가 아홉 살 남자아이를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결국 숨지게 했다. 경남 창년에서 학대를 피해 집을 뛰쳐나와 구조된 아홉 살 여자아이의 경우 계부와 친모가 달군 쇠젓가락으로 발가락을 지지고, 쇠사슬로 목을 묶고 테라스에 자물쇠로 잠가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밥은 하루 한 끼만 주고 물에담가 숨을 못 쉬게했다고도 하니, 폭력을 넘어 고문에 가까운 수준이다.

남이 내게 이런 짓을 했다면 당장 수사기관에 고소해야 할 범죄행위다. 오랜 가부장적 가족문화 속에서 훈육을 위해 징계가 필요하고, 징계에는 체벌이 포함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자녀를 학대한 부모가 수사와 패판 과정에서 훈육 목적이었다고 항변하고, 법원은 이를 일부 받아들여 감형해 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물론 징계권 삭제가 가정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감섭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또 어디까지를 체벌로 볼 것인지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할 때 가르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등의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보호하고 교양하는 수단인 징계권이 아이의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고, 나아가 폭력의 대물림으로 귀결된다면 사회는 다른 수단과 이름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구호가 유행하던 어느 어버이날 거리에 현수막이 세간에 화제가 된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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