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허영구 원장 코로나 사태 영웅
[칼럼] 허영구 원장 코로나 사태 영웅
  • 편집국
  • 승인 2020.04.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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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나경택

코로나19 감염 첫 의사 사망자가 된 허영구(60)는 경북 경산에서 허영구 내과의원을 수십 년째 해왔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으나 경북대 의대를 나와 경산에 정착했다. 지방의 어느 내과병원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로 붐비는 병원이었다고 한다.

집과 병원만 오가던 조용한 의사의 삶을 코로나19가 흔들어 놓았다.

경산은 대구와 청도 사이에 있다. 영남대 대구대 등이 몰려 있어 대학생이 많고 취업난 등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을 신천지가 파고드는 곳이었다.

안경숙 경산시 보건소장은 “보건소가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느라 일반 환자 진료를 못 하는 상황에서 대신 진료를 부탁하면 잘 받아주셨고, 공무원이 자가 격리자의 증세를 적어서 가면 귀찮은 일인데도 기꺼이 대리 처방을 해주셔서 고마웠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박종완 경산시의사회장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될 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다른 젊은 의사들이 먼저 선별진료소에 투입돼 자신의 순서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회고했다.

허 원장의 부인에 따르면 그는 2월 26일. 27일경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열심히 듣다가 감염이 된 것 같다고 한다. 평소 환자의 증상과 관련된 것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부인의 전언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근육통으로 경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다음 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고 지난달 23일 인공호흡기를 달았으나 사망했다.

코로나19 와의 싸움의 최일선에는 의료진이 있다. 코로나 전담 병원이나 대형병원의 응급실만 최전선인 것이 아니다. 감염자들은 대개 처음 가벼운 증상이 나타날 때 1차 진료기관부터 찾아간다. 1차 기관이야말로 코로나19의 기습을 당하기 쉬운 위험천만한 최전선이었던 것이다. 허 원장은 그곳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다 유명을 달리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 앞에서 삶의 불합리성을 봤다. 전염병의 위험은 무작위다. 누가 감염될지, 감염된 누가 죽을지 모른다. 작품 ‘페스트’속의 의사 리외는 불합리한 전염병과 싸우는 유일한 길은 품위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 품위가 뭐냐고 묻자 리외는 “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환자가 감기 증세만 보여도 슬금슬금 피할 판에 허 원장은 더 열심히 듣고 도움을 주려 했다.

비극이 아닌 죽음은 특히 잔인하고 서러운 듯하다. 감염이 두려워 가족이나 이웃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고 대부분 외로이 숨을 거뒀다. 아파 죽기 전에 굶어 죽은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설 자리는 없었다.

전쟁터에서는 전염병 시체를 ‘세균전’무기로 활용했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온다.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에서 사망자를 감당 못해 지게차로 시체를 냉동 트럭에 옮겨 싣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가족·친지가 자가격리돼 코로나 환자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도 하지 못 하고 떠난다는 사연에 가슴이 막막해진다. 영상통화 등으로 임종하면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한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확진자 시신은 무조건 화장해야 하는데, 제대로 애도도 받지 못한 채 한 줌의 재로 떠나는 모습은 너무나 인생 허무하다!

대구의 한 확진환자는 병상에서 뉴스를 보다 역시 확진자인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어제 돌아가셔서 오늘 화장했다. 형이 충격받을까 봐 말은 안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환자는 “나 같은 불효자가 없다”며 가슴을 쳤다.

어떤 노부부는 동시에 확진 판정을 받고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남편 얼굴도 못 보고 장례식도 참석 못 했다. 고인들과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길 바란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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